어제 선교보고 및 종족셀링 프리젠테이션을 하려고 벧엘교회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복민이 오빠를 만났다. 오빠가 NH로 공부하러 간게 99년이고 이듬해 코스타에서 잠깐 본게 마지막이니까 6년만의 재회인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오빠네 부모님이 벧엘교회를 다니셔서 강의차, 홍보차 방문하면 인사드리고 오빠 소식도 듣곤 했다. 학교 졸업했다는 소식, 동부 어디로 이사갔다는 소식, 결혼했다는 소식.. 전부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다. 6년 동안 연락 한번 없는 것은 그렇다 치고 달라스에 한번씩 들리면서 얼굴 한번 안보여준 것은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흠흠.. 결국 우리가 오빠를 좋아했던 만큼 오빤 우리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야.. ㅠ.ㅜ 어린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됐나 모른다. 하지만 괘씸하고 밉다면서도 잊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오빠는 우리의 영원한 Legend였고, 이십대 초반의 풋풋했던 그 시절 행복하고 즐거웠던 추억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오빠를 부정하면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도 모두 사라지고 말거야.. 그래서 우리는 오빠를 그토록 씹으면서도 -_-;; 그리워하곤 하였다.
오빠는 내 앞 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전혀 모르다가 광고시간이 돼서 목사님 소개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목사님께서 오빠를 소개시켜 주시고 곧이어 나를 소개시켜 주셨는데 우린 번갈아가며 깜짝 놀랐다. 예배 후 내 프리젠테이션 순서가 남아 있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오빠를 보는 순간 완전 흥분해서리 예배 끝나기가 무섭게 감격의 상봉을 했다. 난 정말 뻥 하나도 안보태고 거의 울 뻔 했다. 난 오빠가 동부에 간 뒤로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오빤 하나도 달라진게 없었다. 내가 변했을까봐 걱정했다고 하니까 자기가 왜 변하냐고, 자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6년이나 지났는데 많이 늙지도 않고 ^^;; 옛날이랑 똑같았다. 말투하며, 몸짓 하며.. 오빠도 나보고 똑같다 그러길래. 피~ 내가 살짝 삐진 척을 하니 외모는 많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_-;) 칭찬인 것 같기도 하고 기분 나빠야할 것 같기도 한 말을 했다.
오랫만에 만났어도 계속 같이 지낸 사람처럼 조금도 낯설지 않은 것이 참 신기했다.
참 고마웠다. 달라지지 않아서.
하나님께 감사했다. 큰 기쁨을 주셔서.
***********************************
처음 청년부에 발을 디딘 것이 9년 전이다. (헐..) 내가 온 그 다음 주에 세미가 왔고.. 7~8살 이상 차이나는 언니, 오빠 틈에서 우리는 무척 귀염을 받았다. 청년부에는 중간 나이대가 없어서, 그렇게 몇 년을 막내로 있었는데.. 집에서 첫째인 내가 그렇게 care 받는 것이 아마 처음이었을거다.
그때 청년부 회장이 복민이 오빠였다. 어린(? 그땐..) 우리 눈에 오빠는 교주였다. 오빠가 볼링치러 가자면 다 같이 볼링치러 가는 거였고, 오빠가 이 식당이 맛있다면 맛있는 거였다. 오빠가 떠난 뒤에 그만큼 좋아하고 따랐던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나도 곧 리더 역할을 해야 했고… 덕분에 오빠의 카리스마?와 리더쉽은 추억 속에 미화되고 마침내 전설이 되었다.
내가 은근 정이 많아서 사람을 잘 못 잊는다. 그땐 어리기도 했고, 이민 온 지도 얼마 안돼 어리버리해서리 새로 누굴 사귀고 헤어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 울타리 밖으로 나와 친해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날 때마다 울기도 많이 울고 오래 그리워하곤 했는데 그때 헤어진 사람들 나이가 지금 나보다 많았던 걸 생각하면.. 당사자들은 아마 조금 다른 마음이었을거다. 원래 떠나는 사람보다 남아있는 사람이 더 힘든 것도 있고, 이 나이엔 만날 때가 있으면 떠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만남에도 헤어짐에도 익숙한 나이가 됐다.
내가 어떻게 그동안 연락을 한번도 안했느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나랑 세미랑 오빠를 얼마나 미워한 줄 아느냐, 우리는 오빠한테 정주고 마음주고 그랬는데 오빠는 우리를 아예 잊었던 것이냐며 마구마구 구박했더니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한번도 잊은적이 없다며 구.라.를 친다. ㅎㅎ
에이.. 한번도 안 잊은건 거짓말이다.
더 많이 그리워한 나도 오래 잊고 살았는데 한번도 안 잊긴..
왜 연락 안했냐고 했더니 연락처가 없었다고 변명을 한다. 이런 궁색한 변명을..
21세기 정보통신 사회에서 알려고 했으면 이멜 주소 알아내는게 일인가?
하지만 다 용서할 수 있었다. 너무 반가웠으니깐.
나는 가물가물한 코스타에서 만났던 일도 기억해 주고 내가 잘 커서 자랑스럽다고 해서 쑥쓰럽고 기뻤다. 오빠가 웃으며 이젠 같이 늙어가는? 나이가 됐지만 그땐 너희들이 정말 어리고 귀여웠다 하고 나도 그 얘길 들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땐 그랬지..
근데 오빠는 나보다 한살 많은 언니랑 결혼을 했는데 이궁.. 도둑놈. ㅎㅎ
언니에게 물었다. "오빠가 어떻게 꼬셨어요?" ^^
그랬더니 26.2마일 마라톤을 완주하고 그 끝에 프로포즈를 했단다. 언니는 좀 더 로맨틱한걸 바랬다 그러고 오빠는 어떻게 그보다 더 로맨틱할 수 있냐고 흥분한다. 오빠는 일년에 한번씩 벌써 4번이나 마라톤을 뛰었는데 얼마 전에 캐나다에서도 뛰었었다며 기념 밴드를 보여줬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아니 왜 하필 마라톤이야?’ 하고 물어보니..
‘마라톤을 한번 뛰고 나면 얼마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지 알아?’ 한다.
마라톤을 뛸 때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계속 주님을 구하고 자신을 내려놓는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일년에 한번씩 그렇게 하면서 머리에 찬 "똥"을 뽑아낸다고.. 오빠는 어떤 식으로든 삶에 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멋지게 살고 있구나..
오빠 얘기를 듣고 결연한 표정이 되어 ‘나도 마라톤 뛰어야겠다’ 그러니까 언니가 웃으며 오빠가 정말 롤 모델이네 한다. ㅎㅎ
나는 오빠에게 한국에 가거든 꼭 비전스쿨을 들으라고 말해주었다. 난 비전스쿨 덕분에 역사관, 세계관, 인생관이 변했다고… 오빠가 꼭 듣겠다고 했다. 보스턴에서 울 본부장님 강의 몇 번 들었었다길래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마구 마구 자랑을 했다.
암튼 우리는 주 안에서 진실로 사랑하는 형제, 자매이자 멋진 선후배이다. 오빠가 엔지니어로서 삶에 안주하지 않고 law school에 갔던 것처럼 나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며 오빠가 간 길을 떠올린다. 나도 오빠처럼 열심히 살리라.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그때도 오빠와 내가 여전히 순수함과 열정을 간직한 모습이길 바란다.
****************************
오늘 회사에서 유방암 여성 치료를 위한 달리기 대회(2006 Komen Dallas Race for the Cure®) 홍보 이메일을 받았다. 달리기 대회 광고를 보니 복민이 오빠가 얘기한 마라톤이 생각나지 모야.. 회사에서 신청비를 지원한다길래 HR에 어떻게 Register 하냐고 메일을 보냈다. 이번주 토요일 아침에 뛰는 건데 너무 늦지 않았다면 참가해 보고 싶다.
이건 유방암 환자를 위해서라기보다 달리기 자체에 대한 동기가 작동했다고 봐야지..
뛰는 의도야 다르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난 김에 마라톤 대회를 알아보니 내가 전에 자전거 타던 whiterock lake 주변에서 마라톤 대회(42.195km, 26.2 마일) 및 절반 코스만 뛰는 half 마라톤 대회(21.0975㎞, 13.1 마일)가 있다. 아무리 non-competitive run으로 뛰더라도 26.2마일은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경험도 없는 내가 초장부터 풀코스는 무리일 것 같아서 half 경기 참가 신청을 했다.
내가 전에 – 뜻하지 않게 – 대략 12마일을 5시간 동안 걸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_-;; 13마일이면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너무 운동을 안해서 몸이 엉망인데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훈련이 될 것 같다. 갑자기 뛰면 안된다니 석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몸을 잘 풀어줘야겠다. 달리기 훈련법부터 식이요법, 복장, 대회준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이트도 있고 정보도 많다.
난 달리기가 세계에서 젤루 싫고 체육시간이 싫어서 고등학교 빨리 졸업하고 싶었던 사람인데 그런 내가 자원해서 달리기 대회를 신청하다니 참 웃음이 난다. 내가 순발력이 없어서 단거리는 약해도 지구력은 좀 있으니 마라톤은 오히려 가능할 듯…
복민이 오빠 얘기처럼 내 안에 가득찬 더러운 생각, 오래 묵은 체증, 거짓과 가식을 모두 떨쳐버리고 다시 한번 바닥을 치는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왠지 마라톤을 뛰고 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도 다시 한번 불끈 솟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