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들을 오랫만에 불렀다.
서로 가깝게 살지만 동생들이 결혼한 뒤론 자주 보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도 있고, 결혼해서 분가하고 나면 예전같지 않은 것도 있고..
내가 결혼했으면 부부동반으로 모이기라도 할텐데 동생 부부 틈에 끼끼 어색한 것도 있고..
그게 그렇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번은 꼬박꼬박 만나는 이안이, 지안이, 충성이, 예랑이와 달리
정작 내 조카들은 언제 이렇게 컸나 놀랠 정도로 소홀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꼭 안아주었다.
예랑이는 이제 나만 보면 이름 부르며 안기는데..
정작 우리 조카.. 내 이름을 모른다.. 가슴이 아프다.
아리야, 너도 이리와 이모와 학습하자꾸나.
"이모 이름 모야?"
"한나 이모 어딨어?"
두살 채 안된 우리 조카 똑똑하게 잘 따라한다. 기특한 것.
요즘 애들은 발달이 빠른거야?
우리 조카 너무 똑똑한거 아니야?
동생들 맛있는 걸 해주고 싶었는데..
동생이 고기도 안먹고 임신한 상태에서 해물도 조심스럽대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스프링롤을 준비했다….
이렇게 쓰자니 마치 내가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은데
어쩔 수 없이 스프링롤을 한 것 같다..
난 원래 할 줄 아는게 떡볶기랑 캘리포니아롤 밖에 없는데
마침 야채만 먹겠다기에 좀 신경을 쓴게 스프링롤이다.
사실 이런 롤 류는 요리라고 이름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간단하다.
싱싱한 야채를 골라서 보기좋게 썰기만 하면 땡.
준비하는 사람의 손맛에 맛이 좌우되지도 않고..
직접 쌈 싸먹는 재미가 있고..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잘 먹고 몸에도 좋다.
아보카도, 오이, 상추, 당근, 피망, 양배추, 복초이, 팽이버섯 등 갖은 야채와
딸기, 파인애플, 사과, 배, 복숭아를 채썰고
게맛살, 마사고(스시알), 치즈 등 냉장고에 있는 건 다 꺼내서 큰 접시 두 개에 뺑 둘렀다.
그리고 피넛버터와 소스와, fish 소스를 만들고 따뜻한 물과 rice paper를 준비하면 끝.
오랫만에 동생들이랑 수다도 떨고, 조카 얼굴도 보니 삶이 한없이 여유롭다.
동생들이 언제 저렇게 엄마가 돼서 애들을 키우고 살림을 하나.. 보는 것만도 신기하다.
나보고 좋은 사람 없냐고 묻는다.
난 아직 내 사람 못 만난 것 같은데..
결혼하니까 좋으냐고 물었다.
좋댄다.
다행이다. 잘 살아서.
다들 우리 동생들 부부만 같으면 얼마나 좋겠나..
어떤 부부들을 보면 결혼하기가 겁난다.
혼자 사는게 무섭지 않냐고 한다.
주사 맞는 건 무서워.. 그런데 혼자 있는 거야 뭐..
외로울 때는 있다.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데 정작 누굴 소개시켜 준대도 반갑지 않다.
어차피 비전 없는 사람이면 만나봐야 소용이 없고,
처음부터 비전 있는 사람 있나 비전을 심어주면 되지 해도..
그게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지레 포기하게 된다.
만나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 해도..
전에 누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모적인지 아느냐’하던 말이 생각나 머뭇거리게 된다.
첫눈에 삐리리를 믿지도 않으면서 조건을 먼저 보기도 싫고..
사람을 딱히 찾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싱글형제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거다.
기적은 그 후로도 계속 일어나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하고
그 사람의 상황과 내 상황이 어긋나지 말아야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이래서 내가 뭘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십니까..
막연한 기다림은 언제나 믿음을 요구한다.
혼자 살면 안 좋은 점 하나..
누군가 다녀 간 빈자리가 너무 허전한 것.
내 옆에 누구 한명만 남으라니까..
아리만 두고 가라니깐..
다들 매정하게 나만 두고 자기집으로 갔다.
오늘 아침 햇살이 너무 밝지 않았다면 용서하지 않았을텐데..
꾸리꾸리하기엔 날씨가 너무 좋군.